커버링: 민권을 파괴하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
🔖 그러나 불변성 논리가 정교화될수록 나는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오류라는 확신이 든다. 이 논리에는 결점이 있는데, 일종이 암묵적인 변명이라는 점 때문이다. 불변성 논리는 “나는 변하지 않을 거야.” 대신에 “나는 변할 수 없어.”라고 말함으로써 전환 요구에 저항한다. ... 물론 논리적 차원에서 불변성 논리와 타당성 논리는 공존할 수 있다. 그러나 현실적 차원에서 이 두 항변은 수사적 논증으로서 서로를 무효화하는 경향이 있다. 만약 어떤 정체성이 변할 수 없다면, 이것이 타당한지 여부를 따지기 어려울 것이다. 왜냐하면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. 하지만 반대 역시 사실이라면, 즉 어떤 정체성이 타당하다면, 사람들은 이 정체성이 불변적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을 것이다. 문학 교수 레오 베르사니는 이렇게 말한다. “우리가 잘못된 길에 와 있다는 가정이 없다면, ‘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’라는 질문 자체를 도처에서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.” ... 누군가 전환을 요구할 때, 선택 가능한 두 가지 거절 방법이 있고 이들 간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. 우리는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? 변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인가? 우리는 변하지 않을 거라고 말할 것인가?
🔖 “너의 가장 큰 재능은,” 선생님이 말씀하셨다. “너 스스로를 직시하는 능력이란다.” 이 말은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서부터 시작하여 몇 해 동안 계속해서 가슴에 박혀 있었다. 내 생각에 그것은 웃긴 말이었는데, 나는 자신을 심지어 말 그대로 바라볼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. 거울 근처에 있으면 정말로 불안했고, 비스듬히 다가가지 않으면 거울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.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거울 쪽으로 쭈뼛쭈뼛 다가가는 식이었다. 마치 자신의 모습을 너무 빨리 보면 전신을 다 보게 될 것이고, 그렇게 되면 철저히 분리시켜 놓았던 반쪽이 함께 덤벼들까 봐 두렵다는 듯이. 그래서 나는 쳐다보지 않았다. 그리고 용기 없는 나를 질책했다.
지나고 보니, 나는 스스로에게 누구보다 조심스러웠다. 보지 않으려는 나의 욕망이 자기 보호의 한 형태였음을 알고 있다. 나는 자신의 첫 번째 관객이었고,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. 하지만 곁눈질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내가, 불규칙적이긴 했지만 준비를 하는 중이라는 뜻이었다.
🔖 아마도 우리 중 누구도 낭만적 사랑을 천부적 권리라고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. 다만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있어야 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. 자라면서 나는 내가 어떤 단어와도 운율이 맞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. 마치 ‘실버’나 ‘오렌지’라는 단어처럼 밝게 빛나지만 소네트는 엉망이 되고, 언제나 혼자 떠돌아다녔다. 먼 곳에서의 대화 소리를 듣는 것처럼, 어디선가 사랑이 진행 중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가는 길 위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.
따라서 폴을 품에 안고, 햇빛에서 그늘로 시선을 옮길 때 그의 눈꺼풀 아래 눈동자는 어떤 색깔일까 궁금해 하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일이었다. 벗은 몸의 표면이 타인의 피부에 의해 충분히 압박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, 그 누구도 적절하게 쓴 적이 없다. 이는 자아가 느리게 해체되는 과정이고, ‘나’를 ‘나 아닌 것’으로부터 구분하는 본능이 중지되는 과정이다. 다른 세기였더라면 이 필수불가결한 따뜻함을 경험하지 못한 채로 죽었으리라는 확신에 몸을 떨었다. 나는 폴을 가까이 끌어당겼다. 그는 나의 룸펜, 실체가 있는 사람, 영광스러운 도치이자, 상상을 달래러 온 현실이었다. 잠에 빠져들면서, 나는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이 멈추었으면 했다.
🔖 “난 출근해서는 회의에 어린 아들을 데려온 동료에게 멋진 아빠라고 칭찬을 하지. 그게 나를 미치게 해. 만약에 내가 그랬다면, 그건 커리어 자살행위였을 거야. 여자는 집에서 애를 더 많이 보고 직장에서는 그걸 숨겨야 하지. 남자는 집에서는 애를 덜보면서 직장에서는 숨기지 않아도 되고.”
🔖 재닛은 의과 대학에 진학하면서 문신을 했다. 그녀는 필립 러바인의 시에 나오는 파란 별을 골랐다. 그 시에서 별은 한 남자의 가슴 위에서 작고 완벽한 모양을 하고 있다. 그 남자는 “전구의 빛”을 만드는 노동자다. 정상적이기를 갈망하는 그에게 별은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이다. 그런데 의사는 그 별을 잘라 내더니 자신의 환자에게 그 별 아래에 또 다른 완벽한 파란 별이 있다고 알린다. 짐작건대, 그 아래에는 또 다른 별이 있을 것이다.
재닛과 나는 그 문신을 두고 다투었다. 나는 그녀가 시간의 본질을 잘못 이해했다고 말했다. 그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더라도 그 문신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서 그녀를 곤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. 도대체 누가 스물네 살인 지금, 미래의 자기를 속박하려 한단 말인가? 재닛은 시간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고 반박했다. 재닛은 몇 년이 지나면 자신이 변할 수도 있고, 변해야만 할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했다. 하지만 만약 미래의 자기가 이 별 때문에 곤란해진다면 그 미래의 자기가 곤란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. 그녀는 인생에서 시에 대한 헌신이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지는 시기로 진입하고 있었고, 그래서 자신의 몸에 그 헌신을 새겨 둠으로써 그것을 지키고 싶어 했다. 만약에 자신이 시를 읽고 쓰기를 그만둬 버린 의사가 된다면, 이 젊은 자아가 보내는 질책을 듣게 되길 원했다. 그녀가 말하길, 나의 실수는 사람이 늙을수록 현명해진다고 가정한 것이라고 했다.
그렇게 그 별은 이곳에, 재닛의 결혼식 날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. 나는 여전히 문신이 싫다. 내가 정신없이 사랑하게 된 이 별 하나만 제외하고.